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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EKO & HIS CARS #1

Photography : Mok Jungwook
Interview : Chung Kyu-young, Intaek Ryo

아내에게 이야기도 하지 않고 산 첫 올드카 BMW E30. 사고 직전 구세주를 만난 에피소드. 프랭크 오션의 E30 M3. 팀 클러치의 탄생. 개코의 드라이빙 플레이리스트. 그리고 자동차라는 나만의 공간에 대하여.

피치스 여인택 대표의 질문에 자동차 애호가이자 컬렉터로서 개코가 답했다. 자동차 이야기만으로 그들은 내내 웃음을 그치지 않았다.

RYO     자동차에는 어떻게 빠지게 되었나?

GAEKO     정말 심하게 빠진 시점은 결혼하고 나서다. 그전엔 첫 차로 골프 GTI를 사서 6년 넘게 몰고 다녔다. 학창 시절엔 춤추고 랩하고 음악 듣느라 정신없었고, 입시 준비하면서 그림에 빠졌고, 그 후엔 바로 음악을 시작했다. 결혼하고 아이가 생긴 후 나만의 시간과 공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일하거나 집에 있는 시간 말고, 적당히 기분전환 할 만한 취미가 뭐가 있을까 생각해보니 집과 작업실을 오가는 사이사이 드라이브하면서 음악 듣는 시간이 너무 소중한 거다. 그때부터 자동차에 깊게 빠지게 되었다.

RYO     그때 드림카는 뭐였나?

GAEKO     그런 것도 없이 그냥 내가 좋아하는, 나만의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막연한 생각으로 자동차를 좋아하기 시작했다. 하루는 우연한 계기로 최자, 배우 (이)진욱이랑 같이 양재동 중고차 전시장에 차를 보러 갔다. 신차가 너무 많았는데, 눈에 들어오는 건 포르쉐 964 터보, 메르세데스-벤츠 300SEL, 500SEL 같은 것뿐이더라. 미쳐버리는 줄 알았다. 너무 예뻐서.

RYO     전시장에서 처음 산 차는 뭐였나?

GAEKO     안 샀다(웃음). 잘 모르는 채로 사면 손해 볼 것 같아서 구경만 하자는 생각으로 간 거다. 그런데 온종일 자동차 구경만 해도 기가 빨리더라(웃음). 그날부터 매일 인터넷에 들어가서 자동차 사진만 뒤졌다. 기가 막힌 차들이 정말 많았는데 그게 전부 다 BMW 올드카였다. 코드명이나 일련번호도 모르고 그냥 마음에 드는 디자인이면 다 사진첩에 저장했다. 그땐 그런 차들이 한국에 있는지조차 몰랐다.

“우연한 계기로 최자, 배우 (이)진욱이랑 같이 양재동 중고차 전시장에 차를 보러갔다. 신차가 너무 많았는데, 눈에 들어오는건 포르쉐 964 터보, 메르세데스-벤츠 300SEL, 500SEL 같은 것 뿐이더라. 미쳐버리는 줄 알았다. 너무 예뻐서.”

개코

RYO     자동차 커뮤니티 활동도 했나?

GAEKO     올드타이머, 클래식카코리아… ‘눈팅’만 하는 정도였다. 나처럼 이런 차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구나. BMW E30 Fig.1 을 한국에서 타는 사람들이 있구나. 나도 사야지. 와이프에게 이야기했더니 절대 안 된다며 엄청 말리더라. 그때 어떤 패션모델이 올드카를 타다가 엔진룸에 불이 났다는 소문이 돌았거든.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틈날 때마다 계속 아내에게 올드카 사진을 보여줬다. 기회 있을 때마다 내가 E30을 구한다고 이야기하며 주변에 소문을 내고, 돈도 차곡차곡 모았다. 그러다 어느 날 (코요테 멤버) 빽가에게 전화가 왔다. “너 E30 좋아한다며? 아는 사람이 판다는 데 관심 있어? 상태가 좋아서 좀 비쌀 거야.” 1700만 원이었다. E30 세단이 보통 800~900만 원 하던 시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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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YO     E30을 그 가격에 살 수 있었다니!

GAEKO     그것도 구하기 힘든 318is였다. 무조건 사겠다고 이야기했다. 그런데 수동이었다. 그때 난 수동 면허도 없었다. Fig.2

RYO     나도 수동 차를 먼저 산 다음에 1종 보통 면허를 땄다. 언제 다시 나올지 모르니까. 특히 E30은 더 그렇다. 상태 좋은 건 무조건 사놓고 봐야 한다(웃음).

GAEKO     그게 10년쯤 전이다. 마침 와이프가 아이 데리고 친정인 미국에 가 있었다(웃음).

RYO     (놀라며) 이야기도 안 하고 산 건가?

GAEKO     안 하고(웃음). 수동이라 운전도 못 하니까 견인차에 띄워서 집으로 배달시켰다.

RYO     집으로 보내주세요(웃음). 나도 그랬다.

GAEKO     매일 지하주차장에 내려가서 보고. 진짜 예쁘다고 감탄하고. 시동 한번 걸고. 천천히 1~2단 바꿔가며 연습하고… 며칠을 그러다가 아이와 함께 와이프가 돌아왔다. 보여줄 게 있다며 주차장에 잠깐만 내려가자니까 바로 눈치를 챘다. “샀지?!!” 그런데 와이프도 실제로 차를 보니까 너무 예쁜 거지. 열심히 연습해서 수동을 몰 수 있는 1종 보통 면허를 땄더니 와이프도 허락하더라. 열정을 인정한 거지(웃음). “그렇게 하고 싶으면 해. 좋은 취미인 것 같아.”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RYO     면허 딴 날은 어땠나?

GAEKO     그날 새벽에 혼자 주차장으로 내려갔다. 너무 드라이브해보고 싶은 거야(웃음). 그런데 주차장이 지하 6층이었다.

RYO     수동 운전 첫날부터 오르막을?

GAEKO     불알이 땅콩만 해졌다(웃음). 멈추면 ‘끝’이니까. 차도 타기 전에 빗물에 미끄러져 넘어지기도 했다. 너무 흥분한 거지. 구정물로 온몸이 젖은 상태로 차에 타서 천천히 오르막을 올라가는데, 1단으로는 잘 올라가다 2단 걸고 중간에서 멈춰 버렸다. 아 좃 됐구나. 당연히 시동도 꺼지고. 어떻게든 마음을 다잡고 다시 시도해봤지만, 시동은 계속 꺼지고 차가 조금씩 뒤로 밀렸다. 온몸이 땀으로 다 젖었다. 주차장 벽에 갖다 박기 직전, 뒤에서 트럭 한 대가 올라오는 거다. 새벽 5시에.

RYO     (몸서리치며) 으으…

GAEKO     연세 지긋한 트럭 운전사분께 수동 운전할 줄 아시냐고 여쭤보니 이런 외제 차는 못 한다며 손사레를 치셨다. 그 상태로 15분 정도 대치하고 있었다. 그때 누가 손전등을 들고 “무슨 일이세요?” 하며 뛰어왔다. 보안요원이었다.

RYO     CCTV로 보고 있었던 모양이다.

GAEKO     “혹시 수동 운전할 줄 아세요?” 물어봤더니 “저 운전병 출신이에요!” 하더라. 그야말로 구세주를 만난 기분이었다. 사이드브레이크를 올리더니 우왕~ 엔진 소리 내며 단번에 올라갔다. 한 시간 내내 한 것도 없이 나는 완전히 진이 빠졌다. 바로 차를 돌려서 있던 자리에 다시 세워놓고 집 문을 여니 식구들은 세상모르고 자고 있었다. 조용히 화장실에 가서 거울을 봤는데 내 모습이 정말 너무 추했다(웃음).

RYO     정말 좋은 에피소드다(웃음). BMW E30은 <프리티 우먼> Fig.3 <비벌리힐스 캅> 등 많은 영화와 50센트, 포스트 말론 등의 뮤직비디오에 등장했다. 처음 E30을 좋아하고 사진을 모으던 시절 영향받은 대중문화 속 장면이 있었나?

GAEKO     어디 나오는 걸 보고 좋아한 건 아니고 그냥 디자인이 예뻐서 취향이 된 거다. 좋아하게 된 후에 거꾸로 E30이 그 영화에 나왔네. 그 뮤직비디오에도 나왔네. 알게 된 거지. 그 중에 제일 좋았던 건 프랭크 오션Frank Ocean Fig.4 앨범 커버에 등장한 오렌지색 E30 M3. 역시 대박이구나.

RYO     뭘 좀 아는 놈이구나(웃음).

GAEKO     그 와중에 M3야. 와 진짜 좋겠다. 미국에선 구하기가 훨씬 쉬울 테니까. 너무 부럽다…

RYO     상태 좋은 클래식카를 구하고 즐기기 쉬운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에선 아직 소수만 알고 즐기는 문화다.

GAEKO     미국이라면 BMW E30은 차 좋아하는 대학생이 저렴하게 중고로 사서 고치고 복원하며 타는 차일 테니까. 부품도 워낙 많고 수리하기도 편하고. 우리나라에서는 온라인 동호회가 있기는 하지만 그런 사람을 주변에서 만나기가 쉽지 않다. 하루는 행사장 대기실에 있는데 처음 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모르는 전화는 잘 받지 않는데 그날따라 받았더니 TV에서 보던 가제트 형사 목소리가 들려왔다. “개코 선생인가? 나 배한성이네. 자네가 E30을 샀다는 이야기를 들었네.”

RYO     와 배한성 선생님, 국내 올드카 마니아의 시조새 같은 분이다.

GAEKO     무대에 오르기 전까지 통화를 엄청 오래 했다. “선생님, 우리 한번 만나요!” 했지. 그래서 충무로에서 같이 주꾸미 먹으면서 자동차 이야기했다. 배한성 선생님과 아들 (배)민수, 나랑 음악 만드는 쿠시 KUSH 까지 네 명이서. 쿠시는 내가 E30 타는 거 보고 올드카에 관심이 많아졌다. 그때 민수랑 친해졌다. 그 친구 주변에 올드카 타는 지인들 몇 명과 함께 모임을 만든 게 팀 클러치의 시작이다. 올드 비머Bimmer 차주끼리 같이 모여서 드라이브하고, 자동차 이야기하며 커피 한잔하고. 그 친구들 만나면 그저 즐거웠다.

RYO     E30 좋아하고, 즐겨 타는 (개코) 형의 모습을 보거나 이야기를 듣고 주변에 사람들이 모여 새로운 문화를 만드는 과정의 이야기가 정말 근사하다. 내 주변에도 형 타는 것 보고 자기도 E30 타고 싶다는 이야기하는 친구들 많아졌다.

GAEKO    쇼리는 E36 M3 타다가 내가 타는 걸 보고 E30으로 바꿨다. 지금 생각하면 아깝다. 그전에 타던 E36 M3가 정말 좋았는데 ‘썩은’ 걸로 바꿨으니까. 지금은 엔진 스왑해서 잘 타고 다닌다(웃음). 레디는 E30 325i 수동 모델 타다가 고생 많이 했고.

RYO     그건 폭탄을 잘못 산 거다. 내가 맡아서 처분해줬다(웃음).

GAEKO     샤이니 온유도 복원하면서 오래 잘 타고 있는 거로 알고 있다. 쿠시도 샀고.

RYO     팔고 나서 가장 후회한 차는 뭐였나?

GAEKO     메르세데스-벤츠 500E. 포르쉐와 협업해 W124 S 클래스의 차체와 서스펜션, 구동계를 새로 만든 고성능 모델이다. 올드카가 너무 많으니 한 대를 정리하자는 가족의 컴플레인을 받고 나서 거의 눈물을 흘리며 어쩔 수 없이 팔았다. 가치로 보면 500E가 높았지만, E30을 팔 수는 없었다.

RYO     E30은 첫사랑이니까.

GAEKO     팔고 났더니 ‘하입비스트Hypebeast’ 등에서 500E를 새롭게 조명하는 기사가 나오기 시작하고 가치가 오르더라. 억울해서 잠이 안 왔다. 물론 돈 때문 만은 아니었다(웃음).

“팔고 나서 가장 아쉬웠던 차는 벤츠 500E. 포르쉐와 협업해 S 클래스의 차체와 서스펜션, 구동계를 새로 만든 고성능 모델이다. 올드카가 너무 많다는 가족의 컴플레인을 받고 팔았더니 하입비스트 등에서 500E를 새롭게 조명하는 기사가 나오더라. 억울해서 잠이 안 왔다.”

개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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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YO     그 차와 함께한 추억 때문에.

GAEKO     정말 너무 잘 나가는 차였다. 벤츠 특유의 감성도 좋았고. 편하고 튀지 않는 디자인도 좋았다. 지금도 종종 500 E와 함께한 시간을 생각한다.

RYO     크고 작은 고장과 사고가 추억이 되기도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힘든 부분도 있다. 가족의 컴플레인도 그런 것 때문이었을 텐데.

GAEKO     와이프는 세상에 좋고 편한 차가 그렇게 많은데 왜 그렇게 사서 고생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이야기하곤 한다(웃음). 나도 종종 ‘현타’가 올 때가 있다. 집을 나갈 때 목숨 걸고 나서는 기분이 들 때가 있으니까. 처음에 E30 수동을 사고 나서, 오토매틱 모델도 하나 더 샀다. 데일리카로 타고 싶어서. 그런데 아무래도 안 되겠더라. 노상 멈추고, 보험사 부르고… 나름대로 타협해서 산 차가 메르세데스-벤츠 지바겐이었다. 주차장에 가운데 지바겐, 양쪽에 E30 세워 두면 볼 만했다. 그렇게 세워 놓고 ‘이거 그림 나온다’ 하며 흐뭇한 기분으로 집에 올라갔다. 그런 재미도 있었다.

RYO     동그란 눈동자가 네 개, 두 개, 네 개(웃음).

GAEKO     지바겐은 사운드적으로 가장 만족스러운 차이기도 했다. 주행 성능은 별로지만 그 안에서 음악 듣는 게 너무 즐거워서 꽤 오래 탔다. 특히 베이스가 끝내줘서 힙합 음악 듣기에 좋다. 새 음반 만들어서 모니터할 때도 최자랑 함께 차에 들어가서 들어보고, 뭔가 부족하면 수정하고. 비트 만들어도 꼭 지바겐 안에서 틀어봤다. 자동차 안, 조용한 나만의 공간에서 음악 듣는 시간이 정말 좋았다. (래퍼) 도끼와도 비슷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 그 친구도 지바겐 사운드가 제일 좋다고 하더라.

RYO     개코의 플레이리스트가 궁금하다. 새로 차를 사면 무조건 제일 처음 틀어보는 노래라던가.

GAEKO     차를 사자마자 듣는 건 무조건 노터리어스Notorious BIG! Fig.5 그게 좋아야 한다(웃음). E30 탈 때는 나스Nas Fig.6 나 트라이브콜드퀘스트A Tribe Called Quest Fig.7 같은 90년대 힙합 음악을 주로 듣는다. 차와 어울리는 음악이 따로 있다. 신차 탈 때는 그냥 AI가 골라준 음악을 듣는다. 제목도 가수도 모르는 노래들. 이런 노래가 요즘 노래구나, 하면서.

RYO     나도 꼭 운전하지 않더라도, 별일 없이 주차장에 세워 둔 차에 가서 그 안에서 음악 듣는 시간이 너무 소중하다.

GAEKO     작업실에서 일이 잘 안되면 한강에 가서 차 세워 놓고 음악 들으면서 가사를 쓴다. 오히려 작업실보다 차에서 쓴 가사가 더 많은 것 같다. 운전하다가도 문득 떠오르는 생각을 메모해 놓은 것을 곡으로 완성하는 경우도 많고. 내게 차 안은 또 다른 작업실이기도 하다.

➔ GAEKO & HIS CARS #2

Photography : Mok Jungwook
Interview : Chung Kyu-young, Intaek R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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