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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kira Nakai, The Legend

모든 RWB는
세상 하나 뿐이다

Text: Chung Kyu-young
Graphic: Buy&Believe
Illistration: Yigyurae

“모든 차에는 영혼이 담겨 있다. 절반은 타고난 것이고, 절반은 오너가 차에 불어넣는 거다. 그래서 내 손으로 튜닝하는 모든 차는 오너의 캐릭터를 반영한다.”

나카이 아키라, RWB 창립자

“선조차 긋지 않는다!”
© Youtube: Brixton Forged

갈수록 희귀종이 되어가는 공랭식 911의 차체를 즉석에서 잘라내고 새로운 파츠를 붙여 완성하는 와이드 바디 포르쉐. 그 말도 안 되는 작업 방식만큼이나 타협하지 않는 극단적 스타일을 지닌 RWB 포르쉐는 전 세계에 산재하는 오너와 컬트팬의 열광적인 지지와 포르쉐 순수주의자들의 격렬한 반대를 동시에 불러 일으킨다.

이 모든 것은 스트리트 레이서 출신으로 일본 도쿄 근교 지바현의 작은 개러지에서 홀로 작업하며 세상 하나뿐인 차를 완성하는 튜너, 나카이 아키라라는 개인에게서 비롯된 것이다.

© Horintino

“공도를 달리면 절대로 지지 않는다.”

1997년 일본 잡지 <CARBOY>에 실린 인터뷰 기사는 나카이 아키라의 말을 인용하며 시작한다. 트랙에선 출력의 차이를 극복하기 어렵지만, 일반 도로에서의 승부라면 자신을 이길 드라이버는 없을 것이라는 의미.

좌측 하단에 당시 그가 몰던 매트 블랙의 코롤라 AE86이 보인다
© Carboy

당시 그는 ‘Rough World’라는 이름의 드리프트 레이싱 팀을 이끌고 있었고, 매트 블랙으로 도색한 토요타 코롤라 AE86를 거칠게 몰아붙이는 드라이빙 스타일로 잘 알려져 있었다. “능숙한 드라이버보다 뜨거운 드라이버로 알려지고 싶다.” 젊은 패기로 가득한 외골수 스트리트 레이서 나카이 아키라의 이 말은 이후 포르쉐 전문 튜너로서 그가 완성한 RWB의 거칠고 극단적인 스타일을 더 없이 잘 표현하는 것이기도 하다.

나카이 아키라가 최초로 완성한 RWB이자 지금도 가장 유명한
RWB의 이름은 스텔라 아르투아, 그가 가장 좋아하는 맥주다.
© Racedepartment

그 즈음 로컬 튜닝숍에서 일하던 나카이 아키라는 사고로 심각하게 훼손된 포르쉐 930을 만난다. 포르쉐 직렬 6기통 엔진의 탁월한 기계적 완성도에 반한 그는 그 차를 구입했고, 오랫동안 직접 튜닝하며 달려온 AE86과 1973년 데이토나 24시간 내구 레이스에서 우승한 포르쉐의 전설적인 레이스카 911 카레라 RSR의 독특한 스타일을 조합해 세상에 없던 매트 블랙 와이드 바디 포르쉐를 만들어 낸다.

그렇게 최초로 튜닝한 포르쉐에 나카이 아키라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맥주의 이름을 붙였다. 스텔라 아르투아Stella Artois. 어디서나 눈에 띌 수밖에 없는 차였다. 스텔라 아르투아의 과격한 스타일에 반한 공랭식 포르쉐 오너들이 튜닝을 의뢰하기 시작했고, 그는 오너들이 원하는 차에 대해 충분히 대화를 나눈 뒤, 특유의 와이드 바디 파츠와 오너의 캐릭터를 결합한 독자적 스타일을 완성해 나갔다.

© Horintino

RWB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나카이 아키라는 지바현 작은 개러지에 작업 공간을 마련하고, 튜닝에 필요한 각종 공구와 함께 스텔라 아르투아 공병으로 장식한 창문, 주크박스, 포켓볼 다이, 체스터필드 가죽 소파 등으로 그곳을 채워 나갔다. 나카이 아키라는 로컬 튜너이던 그때나, 자동차 문화의 컬트 아이콘이 된 지금이나 변함없이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로 둘러 쌓인 작업실에서 연신 윈스턴 담배를 피우고 콜라와 커피, 맥주 등 온갖 몸에 좋지 않은 것을 마셔가며 밤 늦게까지 공랭식 포르쉐를 자르고 붙여 세상 하나뿐인 차를 만든다.

우측에 RWB #1 스텔라 아르투어의 차 키가 보인다
© Horintino

RWB(RAUH-Welt BEGRIFF)라는 이름은 젊은 시절 나카이 아키라가 활동했던 드리프트 팀 ‘Rough World’를 독일어로 옮긴 것이다. Rauh는 Rough, Welt는 World를 의미한다. ‘Rough World’는 스트리트 레이서로서 그의 드라이빙 스타일과 거칠고 극단적인 튜닝 스타일을 모두 상징하는 개념이기도 하니 Begriff는 Concept. 사실 의미보다는 발음이 마음에 들었다고 한다. 포르쉐가 독일 브랜드니까 이번엔 독일어로 가볼까, 정도의 생각이었겠지.

‘두 번째 탄생’이라는 의미로 RWB 포르쉐의 프런트 범퍼 하단에 붙이던 ‘Sekund Entwicklung’이라는 문구가 언젠가부터 ‘Zweite Entwicklung’으로 바뀐 이유도 재미있다. 영어로 ‘두 번째’와 ‘초秒’를 모두 뜻하는 Second를 독일어로 번역하는 과정의 착오로 ‘두 번째’가 아닌 ‘초’를 의미하는 Sekund를 잘못 붙인 것. 문구를 수정한 지금도 각종 자동차 커뮤니티에 올려져 있는 RWB 포스팅엔 정관사 ‘Die’는 어디 갔느냐는 포르쉐 순수주의자들의 비아냥 섞인 댓글이 심심찮게 눈에 띈다.

© Horintino

문법적 결함 따위가 신경 쓰인다면, 어차피 당신이 RWB 포르쉐의 오너가 될 일은 없을 것이다.

나카이 아키라의 작업 방식은 그것보다 상식과 규범을 한참은 더 벗어나니까. 팬데믹 이후 새롭게 발매한 수랭식 997 와이드 바디 키트를 제외하면, 이제껏 만들어진 공랭식 RWB 포르쉐는 모두 나카이 아키라가 직접 손으로 완성한 것이다. 유튜브에서 ‘RWB Akira Nakai’를 검색하면 그가 공랭식 포르쉐가 있는 전 세계 곳곳의 개러지로 직접 가서 작업하는 영상 수십 개를 찾아볼 수 있다.


Worldwide RWB Builds

팬데믹 이전 나카이 아키라는 지바 개러지와 세계 곳곳에서 매년 100대 안팎의 RWB를 완성해왔고, 모두 합치면 1300여 대 정도가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제껏 완성된 RWB 빌드를 체계적으로 정리한 기록은 어디에도 없고, 애초에 나카이 아키라는 그런 걸 기대할 수 있는 종류의 사람이 아니다. 공식 딜러 중 한 곳인 RWB 퍼스Perth에서 운영하는 RWB 레지스트리 (rwbregistry.com)라는 웹사이트가 존재하지만 그곳에 등록된 차들은 20대가 채 되지 않는다. 아래는 BB가 온갖 방법을 동원해 찾아낸, 전 세계에 산재하는 39대의 RWB 빌드 리스트와 그 이미지다. 나카이 상의 말처럼 “고유한 영혼을 담고 있는” RWB 특유의 다양성을 느껴보시길.

#1 RWB JAPAN ‘Illest’ (997) | #2 RWB JAPAN ‘Rough Rhythm’ (993) | #3 RWB TAIWAN ‘GMS’ (911) | #4 RWB NORWAY ‘RURI’ (993) | #5 RWB FRANCE ‘Bordeaux’ (930) | #6 RWB ESTONIA ‘Yuiitsumuni’ (993) | #7 RWB FRANCE ‘Bourgogne’ (964) | #8 RWB SINGAPORE ‘Army Girl’ (993) | #9 RWB AUSTRALIA ‘Hanzo’ (993) | #10 RWB FINLAND (930) | #11 RWB FRANCE ‘Provence’ (993) | #12 RWB JAPAN ‘Sopranos’ (930) | #13 RWB CALIFORNIA (930) | #14 RWB PERTH ‘Osho’ (911) | #15 RWB PERTH ‘Mayu’ (911) | #16 RWB PERTH (930) | #17 RWB JAPAN ‘Back Date’ (911) | #18 RWB USA ‘Red Hot’ (964) | #19 RWB JAPAN ‘Rotana’ (993) | #20 RWB THAILAND ‘Blue Monday’ (933) | #21 RWB HONG KONG ‘Cab’ (930) | #23 RWB JAPAN (997) | #24 RWB HONG KONG ‘Tiffany’ (911) | #25 RWB JAPAN (930) | #26 RWB FINLAND (930) | #27 RWB NORDIC (993) | #28 RWB JAPAN ‘Sopranos’ (930) | #29 RWB HONG KONG ‘Tiffany’ (911) | #30 RWB YYC ‘Cabriolet’ 930) | #31 RWB JAPAN ‘Deen Plo’ (930) | #32 RWB USA ‘Cabri’ (993) | #33 RWB JAPAN ‘Deen plo’ (930) | #34 RWB USA ‘Pandora One’ (930) | #35 RWB EMIRATES ‘Due Course’ (930) | #36 RWB New Zealand ‘HEKIGYOKU’ (964) | #37 RWB ‘Diablo Nero’ (930) | #38 RWB JAPAN (993) | #39 RWB JAPAN ‘Army Girl’ (911) …


영상 몇 개를 연달아 보고 난 뒤에도, 나카이 아키라가 작업대에 올려진 올드 포르쉐의 차체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즉석에서 전동 톱날로 ‘썰어’ 버리는 장면에선 매번 잠시 숨을 멈추게 된다. 선조차 긋지 않는다! 마치 가위로 색종이를 오리는 것처럼 그의 동작에는 거침이 없다.

그렇게 잘라낸 차체에 드릴로 구멍을 뚫고, 미리 준비한 와이드 바디 파츠를 나사로 조여 고정시킨 후 연결 부분 주위에 종이 테이프를 붙이고 실리콘을 바른 다음, 장갑조차 끼지 않은 엄지 손가락으로 꾹꾹 눌러 빈틈없이 실리콘을 채우고 종이 테이프를 떼어내 마무리한다.

© Youtube: Brixton Forged

RWB 티셔츠를 입은 수십명의 팬 보이들이 주위를 둘러 싼 현장에서 홀로 작업하는 나카이 아키라의 모습은 마치 퍼포먼스 아트를 연상시킨다. 최소한의 장비만 활용하는 그는 시종일관 맨손으로 작업하고 맨눈으로 확인하는 일을 반복한다. 간혹 차체와 파츠의 아귀가 잘 맞지 않을 땐 열을 가한 후 망치로 이리저리 두드려 펴고 구부려서 맞추고, 잠시 쉴 때는 다리를 꼬고 앉아 어김없이 윈스턴 담배를 꺼내 물고 커피나 코카 콜라, 스텔라 아르투아 맥주를 병째로 마신다.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아날로그적인 작업 방식의 결과물은 불완전할 수밖에 없지만, 그런 태생적인 결함은 나카이 아키라라는 인물의 독특한 캐릭터와 히스토리, 특유의 극단적인 와이드 바디 스타일과 맞물려 독특한 상승작용을 일으킨다.

© Horintino

나카이 아키라는 그러한 과정의 사소한 결함과 불완전함이 그 차의 영혼을 완성한다고 생각한다.

능숙하기보다는 뜨거운 튜닝! 그리고 각각의 차와 오너의 캐릭터를 고려해 직접 이름을 붙인다. 그렇게 모든 RWB 포르쉐는 세상 하나뿐인 차로 새롭게 탄생(Zweite Entwicklung!)하는 것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온갖 튜닝 업체와 나카이 아키라의 RWB가 결정적으로 구별되는 것이 바로 이 지점이다. RWB보다 완벽한 차를 만드는 튜너는 있겠지만, RWB보다 매력적인 튜너는 없으니까. 포르쉐의 전통을 해친다, 겉모습에만 신경 쓰는 ‘관종’을 위한 유행이다… 포르쉐 순수주의자와 헤이터들의 온갖 비판 또는 비난에도 전 세계 곳곳에 존재하는 RWB 포르쉐의 숫자와 그 과격한 스타일을 동경하는 컬트팬이 꾸준히 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포르쉐의 전통을 해친다, 겉모습에만 신경 쓰는 ‘관종’을 위한 유행이다…”
© Horintino

그리고 애초에 나카이 아키라는 그런 비난 따위를 신경 쓰는 인물이 아니다. 자신이 만든 RWB 포르쉐가 가장 마음에 드는 순간을 묻자 그는 “거리를 달리다가 건너편 쇼윈도에 차가 반사되어 비치는 모습을 볼 때”라고 답했다. 스트리트 레이서 출신 튜너가 완성한, 거리를 달릴 때 가장 멋진 차가 바로 RWB 포르쉐다.

일본에는 RWB 포르쉐로만 구성된 내구 레이스 팀이 있을 정도이니, 주행 성능을 걱정할 이유는 없겠다. 나카이 아키라 역시 그 팀에서 자신의 포르쉐로 함께 레이스하기 위해 매년 7~8월에는 주문을 받지 않고 일정을 완전히 비운다.

© Peaches

그리고 마침내 RWB가 대한민국 공도를 달린다.

얼마 전, 나카이 아키라와 피치스가 함께 완성한 RWB KOREA 1호차 ‘바토Batto’가 임시 번호판을 달고 서울 시내를 달리기 시작했다. 코로나19 상황이 허락한다면, 성수동 피치스 도원 개러지에서 나카이 아키라가 맨손으로 직접 차체를 자르고 붙이는 모습을 목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최근 공개된 RWB KOREA의 영상에서 나카이 아키라가 1호차
‘바토’를 빌드하는 모습. 성수동 피치스 도원 개러지에서
‘나카이 상’의 퍼포먼스를 실제로 볼 날이 머지 않았다.
© Peaches

그렇게 완성한, 저마다 세상 하나뿐인 RWB 포르쉐가 달리는 서울은 이전과는 확실히 다를 것이다.


그리고 3월 말,
RWB KOREA와 Buy&Believe가 함께
새로운 프로젝트를 론칭한다.

그동안 우리가 컬렉터들과 해온 약속을
처음으로 실현하는 이번 시도를 지켜봐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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