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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EKO & HIS CARS #3

Photography : Mok Jungwook
Interview : Chung Kyu-young, Intaek R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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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카 들로리언 DMC-12를 사지 않을 이유. 중고 음반 가게에서 LP판을 고르듯 개코는 올드카를 디깅한다. 다시 찾아온 1990년대 컬처 르네상스. 7년 동안의 E30 카브리올레 복원기. 앞으로 개코는 평생 올드카 한 대만 탈지도 모른다. 오래 된 차를 오래도록 타면 기분이 좋으니까.

RYO     죽기 전에 이 차는 꼭 경험해보고 싶은 드림카가 있나? 완전 비현실적인 거라도.

GAEKO     작업실에 가면 언젠가 사고 싶은 자동차를 다이캐스트 모형으로 모아뒀다. 벤츠 지바겐, 500SL Fig.1 , BMW 635 CSi Fig.2… 거기 있는 차들은 딱 하나 빼고 다 타봤다. 못 타본 차가 들로리언DeLorean DMC-12 Fig.3 다. 

RYO     백투더퓨처!

GAEKO     어릴 때 본 영화 속 이미지가 너무 강렬했다. 하지만 지금 생각으로는 혹시 기회가 와도 안 살 거다. 

RYO     기회가 와도 사지 않을 드림카라니, 멋진 이야기다(웃음). 

GAEKO     현실적으로 관리, 보관이 안될 것 같다. 회사가 망했으니 부품도 구하기 힘들 테고. 수집품으로 전시를 할 정도의 컬렉터가 아닌 이상, 갖고 있어봐야 쓸모가 없다. 너무 너무 예쁘지만, 데일리카로 탈 수 없으니까. 사실 기계적으로도 완성도가 높은 차는 아닌 걸로 알고 있다. 마력도 낮고. 출시 당시에도 서민들의 스포츠카였다. 

RYO     국내에 한 대 있다. 나도 보기만 했다. 

GAEKO     가지고 있는 분을 나도 알고 있다. 조심스럽게 문자를 보내긴 했다. 기회 되면 한 번만 구경 시켜 달라고(웃음). 

RYO     빈티지, 옛날 차에 대한 취향은 어디에서 온 걸까?

GAEKO     음악과 비슷한 것 아닐까. 샘플링 소스source 로 쓰는 소울, 펑크 음반을 닥치는 대로 수집해본 경험이 있어서 그런 것 같다. 좋아하는 자동차의 역사와 엔진, 디자이너 등을 리서치하는 과정이 중고 음반 수집할 때 디깅 digging 하는 것과 비슷한 점이 있다. 

RYO     디깅이라는 표현이 신선하다. 음반점에서 LP판 뒤지면서 크레딧에 올라와 있는 뮤지션들 이름 외우고, 그들의 음악을 찾아보면서 자기 취향을 알아가고, 음악에 얽힌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는 것. 그런 게 우리 자동차 문화에 부족한 게 아닐까 생각한다. 새로 나오는 차만 타서는 모르는 게 많으니까. 

GAEKO     그래도 요즘 친구들 멋있다. 데뷔하기 전 동경하던 1990년대 문화와 물건들을 우리보다 더 잘 아는 어린 친구들이 많다. 우리도 몰랐던 90년대 노래를 알고 있고. 어찌보면 시대가 바뀌는 것 같다. 개개인이 소비하는 문화가 다 다르고, 취향도 확실해지니까. 

RYO     그걸 패션으로 소비하는 경우도 많다

GAEKO     자기를 꾸미기 위해 소비하다가 그게 정말로 좋아져서 취향과 취미가 되는 친구들도 있으니까. 그런 경우가 많진 않겠지만 그런 친구들이 오래 남는다. 나도 마찬가지다. 그저 예쁘다는 이유로 자동차 사진을 모으다가 자동차 디자인과 디자이너의 일대기에 대해 공부하게 되고, 요즘 BMW 디자인이 어쩌다 이렇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도 알게 되고(웃음). 

맨 처음 바꾼 게 BBS 휠이었다. E36 M3 버킷 시트가 장착되어 있었는데, 편하긴 한데 카브리올레랑 잘 어울리지 않아서 어렵게 순정 시트 구해서 가죽 복원했고. 부식된 하체 다 갈고, M 보디키트도 다 달았다. 팀 클러치 회장인 민수가 정말 고마운 게, 구하기 어려운 핸들과 도어실 M 보디키트를 이베이에서 구해왔다.”

개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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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YO     요즘 엄청 욕 많이 먹고 있다(웃음). 지금 가지고 있는 차 중에서 가장 오래된 차는 뭔가?

GAEKO     은색 E30 카브리올레. 7년째 타고 있다. 일본에서 경매를 통해 들여왔다. 살 때 주행거리가 4만5000km 정도였나? 상태가 정말 좋았다. 

RYO     믿어지지 않는 주행거리다. 

GAEKO     나도 믿기지가 않아서 처음엔 계기판을 꺾었구나 생각했다(웃음). 일본 경매에 나오는 차들 SNS 계정을 팔로하고 있었는데, 거기서 발견한 차다. 이 차가 너무 마음에 들어 일본 경매에 대해 알아봤는데, 경매에 나왔다는 것 자체가 공신력이 있더라. 수리 내역이라든지 차에 대한 경보가 굉장히 상세히 표시되어 있고, 조금이라도 속이거나 누락된 것이 있으면 경매에 차를 내놓을 수 있는 자격이 박탈된다. 그렇게 깐깐한 일본 경매에서 평점이 5점 만점에 4.5점이었다. 무조건 갖고 와야 했지. 그렇게 상태 좋은 차라도 잔고장은 나더라(웃음).

RYO     엄청 공을 들여 복원한 걸로 알고 있다. 

GAEKO     맨 처음 바꾼 게 BBS 휠이었다. E36 M3 버킷 시트가 장착되어 있었는데, 편하긴 한데 카브리올레랑 잘 어울리지 않아서 어렵게 순정 시트 구해서 가죽 복원했고. 엔진룸 상태도 연식에 비해서는 괜찮았지만 아무래도 오래되어서 낡은 부분이 있었다. 로이스 자동차라고 미니 쿠퍼 전문으로 수리하는 곳이 있었는데, 사장님께 엔진룸을 완전히 새것처럼 만들어줄 수 있냐고 물어봤더니 정말 해보고 싶다고 하시기에 한달 동안 미국 공연 다녀오는 동안 맡겼다. 정말 새것처럼 만들어주셨다(웃음). 부식된 하체 다 갈고, M 보디키트도 다 달았다. 팀 클러치 회장인 민수가 정말 고마운 게, 구하기 어려운 핸들과 도어실 M 보디키트를 이베이에서 구해왔다. 우리끼리는 선물 문화가 있다. 어느날 민수가 전화해서 “형 선물 있어요” 하면 가서 차에 달고, 같이 좋아하고, 나는 스시 사고 콘서트 티켓을 준다. 품앗이처럼 그렇게. E30 카브리올레 복원은 내 기준에서 이 정도면 완벽하다.

RYO     올드카, 클래식카 애호가라면 모두 공감할 이야기다. 

GAEKO     그래서 차를 팔 때는 늘 착잡한 기분이 드는 건지도 모른다. 파는 차가 속 썩인 기억부터 먼저 나는데도 그렇다(웃음).

RYO     E30 카브리올레 다음 차로 생각하는 올드카는 뭔가?

GAEKO     E30 M3. 올드카로는 내 자동차 생활의 마지막 종착점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걸 사면 더 이상 올드카는 손대지 않을 거다. 한번 기회를 놓친 적이 있어서 더 간절한지도 모른다. 아는 형님이 정말 완벽하게 복원해 놓은 E30 M3를 매물로 내놓기 전에 내게 연락한 적이 있다. “이거 너 살래? 나 이제 재미없다”며. 그런데 마침 500 E를 산지 한 달도 되지 않았을 때였다. 그냥 지를 걸. 지금도 후회가 된다. 

RYO     그러면 지금 타고 있는 E30 카브리올레는 처분할 생각인가?

GAEKO     그 차를 사겠다는 사람이 너무 많다. 미안하지만 팔 생각이 없다고 쳐내기 바쁠 정도다. 항상 이렇게 이야기한다. “E30 M3 좋은 거 나오면 그때 팔게.”

RYO     그렇게 공들여 복원하고 7년이라는 시간을 함께 보낸 차를 기꺼이 보낼 만큼? 

GAEKO     연애하는 도중에 첫사랑 생각이 자꾸 나는 경우가 있지 않나. 물론 내 이야기는 아니지만(웃음). E30 카브리올레 타면서도 E30 M3 생각을 한 게 사실이다. 해외에서 가져올 수도 있겠지만 리스크도 너무 크고 모르는 사람에게 맡길 엄두도 나지 않았다. 

RYO     올드 비머bimmer 애호가로서 E30 M3는 끝판왕 같은 건가?

GAEKO     진짜 끝판왕이라면 E30 M3 EVO2 Fig.3 이겠지. 국내에 한 대 있는 걸로 알고 있고, 절대 내놓을 가능성이 없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현실적으로 E30 M3가 끝판왕이지. 내 현실적인 드림카이기도 하다. 보기만해도 행복할 것 같다. 차 좋아하는 사람들은 차에서 내려서 어디 들어가기 전에 계속 돌아보잖아. 두어 걸음 걷고 돌아보고, 다시 또 돌아보고. 괜히 이상한 거 같아서 다시 차에 가서 자세히 들여다보고. 손으로 쓱 만져보고. E30 M3라면 평생 그것만 할 수도 있다(웃음). 

RYO     더 경험해보고 싶은, 호기심이 생기는 차는 뭔가?

GAEKO     지금 생각으로는 E30 M3면 충분하다. 물론 수퍼카도 궁금하긴 하지만 내가 차를 즐기는 방식과 다르니까. 예전에 F80 M3 몰고 서킷에 가본적이 있다. 첫 바퀴에 오버스티어가 나길래 그 다음부터는 천천히 몰았지(웃음). 집과 작업실 오가면서 차 안에서 음악 듣고, 시간 날 때 드라이브하고, 1년에 한두 번은 뚜껑 열고 타고, 그거면 충분하다. 

RYO     꿈에 그리던 상태 좋은 E30 M3를 구한 다음도 생각해본 적이 있나? 허무하지 않을까?

GAEKO    E30 M3를 구하면 평생 탈 거다. 나는 차 오래 타는 거 잘 하고, 좋아한다. 차를 오래 갖고 있으면 그 자체로 기분이 좋다. 한 해 한 해 지날 때마다 차를 보며 올해도 무사히 같이 넘겼구나, 생각하면 뿌듯하다. 차와 함께 달리고 즐기며 추억이 차곡차곡 쌓이니까. 

Photography : Mok Jungwook
Interview : Chung Kyu-young, Intaek R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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