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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Metaverse to Old Porsche



메타버스 투자자가
클래식카에 지금
투자하는 이유

Text: Chung Kyu-young
Photography: Mok Jungwook

“클래식카는 앞으로 폭넓게 각광받는 투자 대상이 될 것이다. 지금 내가 차에 시간과 돈을 투자하는 이유의 절반은 즐거움을 추구하기 위해서지만, 나머지 절반은 내 가설에 베팅하는 일이다. 국내 자동차 시장의 분류는 딱 두 가지다. 신차와 중고차. 그리고 중고차에서 따지는 건 차종과 연식, 마일리지, 사고 이력 정도인데, 앞으로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클래식카라는 새로운 카테고리가 생길 것이고, 잘 관리된 차들은 절대적인 수가 많지 않기 때문에 가치가 올라갈 수밖에 없다.”

신영성, 벤처 캐피탈리스트


신영성의 박스터는 99년형, 2500cc,
자연 흡기 엔진, 200마력, 수동 미션이다
© Photo: Mok Jungwook


유난히 춥던 11월 어느 새벽, 컨버터블 톱을 활짝 연 986 박스터가 초겨울 바람을 가르고 남산 장충단로를 질주했다. 멀티버스 등 첨단 산업에 한발 앞서 투자해 기록적인 수익을 올린 벤처 캐피탈리스트 신영성은 오랜 고민 끝에 올해 초부터 본격적으로 클래식카에 몰두하고 있다.

그에게 올드 포르쉐는 일상을 한층 다채롭게 만드는 취미이자 새롭게 발견한 투자의 대상이다. 금융전문가의 시각에선 자신이 수집한 996 터보 S와 986 박스터 뿐 아니라 전반적인 국내 클래식카의 가치가 저평가되어 있고, 저평가는 그가 클래식카 만큼이나 좋아하는 단어이기 때문이다.

© Photo: Mok Jungwook

BB       일간지 인터뷰에서 본 “창업가들이 괴로워할 때 밤에 픽업해서 자동차에 태우고 함께 달리며 기분을 전환시킨다”는 내용이 인상적이었다. 자동차는 어떤 즐거움을 주는 대상인가?

YS       주차장에 세워 둔 차를 보기만 해도 아름답고, 운전하고 관리하면서 상호작용하고 관계 맺다 보면 반려동물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리고 주행 중에 어떻게 조작하느냐에 따라 그 경험이 완전히 달라지니까 스포츠에 가까운 부분도 있다. 자동차는 굉장히 복합적인 즐거움을 주는 취미다.

BB       촬영 중에는 겨울철 새벽 드라이빙인데도 박스터의 컨버터블 톱을 활짝 열고 달렸다. 평소에도 그렇게 컨버터블 톱을 열 때가 많나?

YS        그러려고 타는 차니까. 오히려 질문이 반대가 되어야 할 것 같다. 특별히 톱을 닫아야 할 때가 있느냐고(웃음).


© Photo: Mok Jungwook

BB        포르쉐 996 터보 S와 986 박스터를 타는 걸로 알고 있다. 비슷한 시기에 나온 같은 브랜드의 차 두 대인데.

YS        같은 세대라고 볼 수 있지만 상반된 매력을 지닌 차들이다. 986 박스터는 1999년형으로 초반에 나온 베이스 모델, 2500cc 자연 흡기 엔진에 200마력, 수동 미션이다. 옵션도 거의 없다. 반면 996 터보 S는 2005년형, 가장 나중에 생산된 모델이다. 주행 감각도 완전히 다르다. 박스터는 저회전에서는 출력이 낮다가 4,000rpm 이상 올라가면 완전히 달라진다. 그래서 박스터를 몰 때는 공도에서도 무조건 액셀러레이터를 끝까지 밟는다. ‘풀악셀’을 치는 거지(웃음). ‘쪼는’ 맛은 최고다. 반면 996 터보 S는 450마력에 어떤 기어, 어떤 rpm에서도 터져 나오는 폭발적인 출력을 맛볼 수 있다.


“반면 996 터보 S는 2005년형,
가장 나중에 생산된 모델이다. 주행 감각도 완전히 다르다.”
© Photo: Mok Jungwook

BB       미술품 컬렉팅을 같은 시대나 사조의 작품을 수집하는 횡적인 컬렉션과 시대별로 다른 작품을 수집하는 종적인 컬렉션으로 크게 나눌 수 있는데, 말하자면 횡적인 자동차 컬렉팅을 하고 있는 셈이다.

YS       미술 작품도 모으고 있고, 컬렉션의 측면에서 두 차가 흥미로운 선택이라고 생각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자동차 컬렉터라고 하기엔 아직 경력이 짧다. 그보단 이제 막 자동차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 단계라고 할 수 있겠지. 어렸을 때는 미니카 모으고, 레이싱 게임 열심히 했다. 그때 하던 ‘니드포스피드’의 표지가 포르쉐 996이었던 걸로 기억한다(웃음). 그러다 투자자로서 일을 시작하고 적당한 세단으로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를 구입해서 타고 다녔다. 세컨드카를 늘 갖고 싶었지만 아직 그럴 때가 아니라는 생각으로 한참을 참고 있었다.

니드 포 스피드는 16년간 포르쉐 브랜드와 독점 계약을 맺어
공식적으로 포르쉐 로고를 쓸 수 있는 유일한 자동차 게임 프렌차이즈였다
© Mobygames

bb       그럴 때가 아니다?

YS       차에 쓸 돈으로 투자를 하면 벌어들일 수익이 얼만데, 그런 거였다. 그러다 결국 못 참은 거지(웃음).

BB       처음부터 신차가 아닌 구형 포르쉐를 찾아 다닌 건가?

YS       신차부터 보러 갔다. 억눌렀던 마음을 참지 못하고 올해 초 어느 날인가 주말 아침에 눈뜨자마자 포르쉐 매장에 갔지. 992를 보고 있었는데, 딜러가 최소 1년 반에서 2년은 대기해야 하고, 그때 가도 확실히 받을 수 있다는 장담은 못한다더라. 일단 대기하는 동안 재미있게 즐길 만한 차를 찾아보자는 생각이었다. 그때부터 포르쉐 구형 모델을 찾기 시작했다. 포르쉐 차주만 20명 이상을 만나 가능한 모든 세대의 모든 모델을 타봤다. 따로 리서치를 하고, 타보고, 차주와 대화도 나누며 알게 된 것은 세대별, 모델별로 각각의 특성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 그리고 신차가 무조건 다 좋은 것 만은 아니라는 사실.

매그너스 워커는 ‘Next Big Thing’에서 986 박스터를
“첫번째 포르쉐로 최고의 선택’이라고 말했다.
© Hagerty

각 차종별 신차 가격 대비 현재 (2022년 1월) 거래가.
996은 신차 대비 가장 감가가 심한 모델 중 하나였지만
그 그래프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BD       그런데 왜 하필 996과 986이었나?

YS       저평가된 모델을 찾은 거다. 저평가, 나 같은 투자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단어다(웃음). 993은 공랭식 마지막 세대라 가격이 이미 천정부지로 올라 있었고, 997은 나오자마자 퓨처 클래식으로 가치를 인정받은 상태였다. 그런데 그 중간에 마치 움푹 파인 골짜기처럼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해온 996이 있었던 거지. 달걀 프라이처럼 생긴 프런트 램프가 포르쉐의 정체성을 망쳤다, 말도 안 되는 디자인이다… 이전부터 그런 이야기를 워낙 많이 들어서 나도 그런 줄만 알았다. 그런데 실제로 보니까 너무 마음에 드는 거지. 오히려 그래서 훨씬 더 유니크했다. 그 전에도 없고 그 후에도 없는 디자인이니까. ‘911의 눈은 동그래야 된다’는 편견이 작용한 건 아닐까?

자동차라는 취미에 늦게 진입한 만큼 그런 고정관념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울 수 있었다. 996 터보 S는 전세계 1700대 안팎으로 생산되어 한국에는 2~3대만 정식 출시된 것으로 알고 있다. 희소성도 충분하니 같은 세대의 반대편 끝에 있는 986 박스터 베이스 모델을 구하면 컬렉션으로서 구색이 맞겠다고 생각했다.

BD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생산된 포르쉐 라인업이 저평가되어 온 이유 중에는 디자인뿐 아니라 엔진 결함 이슈도 있었다.

YS       엔진 스크래치와 베어링 이슈, 알고 있다. 996 터보 S와 986 박스터 기본 모델을 선택한 이유 중엔 박스터 기본 모델에 탑재되는 2.5L 엔진에 문제가 발생활 확률이 통계적으로 낮았고, 터보 엔진은 스크래치 이슈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기 때문인 것도 있었다.

996의 전기형과 후기형을 구분할 수 있는
요소 중 하나인 라이트 디자인
© Classicdriver © Carmagazine

BB      직접 경험해 본 올드 포르쉐의 매력은 무엇이던가?

YS       현행 992를 포르쉐 매장에서도 시승하고, 친구 차도 빌려서 타봤는데 정말 좋더라. 기본적으로 정말 완성도가 높은 차인데, 다르게 보면 데일리로 타고 있는 E클래스와 큰 차이가 없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왕 세컨드카로 타려면 색깔이 확실한 게 좋으니까. 세단과 스포츠카, 그리고 컨버터블. 차종 별로 각각의 색깔이 확실하게 드러난다는 측면에서 신차보다 예전 모델들이 훨씬 탁월한 면이 있다. 물론 신차를 구입하는 것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도 큰 매력 포인트이고.

BB       수집 대상이 될 차를 탐색하는 과정에 시간이 얼마나 걸렸나?

YS       4개월 정도. 매주 주말에 차를 보러 다녔고, 요즘도 계속 그러고 있다. 포르쉐 커뮤니티와 단톡방 등에 궁금한 차가 올라오면 바로 연락하고 주말에 보러 간다. 멋진 차를 구경하고 타보는 것도 좋지만, 차주들과 나누는 이야기가 훨씬 더 즐겁다.

BB       요즘 보러 간 것 중에도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색깔이 확실하게 드러나는’ 차가 있었나?

YS       특정 모델 보다는 996과 986처럼 21세기로 넘어오는 시기에 생산된 차들에 주목하고 있다. 클래식카를 즐기면서 관련된 자료를 많이 찾아보고 기계적인 부분도 배우는 중인데, 내연 기관 자동차 기술의 정점은 2000년대 중후반에 이미 도달한 것 같다. 그 이후에는 새로운 기술 보다는 환경 규제에 맞춰 개선한 거라고 봐야겠지. 그 시절 나온 차들에는 현행 모델이 줄 수 있는 매력이 분명히 있다. 다운사이징 이전 자연 흡기 엔진의 파워풀한 매력을 요즘 나오는 차에서 느끼기는 쉽지 않으니까.


“1990년대 말에서 2000년대 중반에 생산된 차들에
집중하는 것이 좋은 테마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중이다.”
© Photo: Mok Jungwook

BB       투자자로서 자동차 산업의 앞날은 어떻게 예측하고 있나?

BD       실제로 투자 포트폴리오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자율주행과 전기차 배터리 등 현재의 자동차 산업 대전환과 맞물려 있는 기업들이다. 시계와 비슷하게 가지 않을까? 애플 워치 단일 제품 매출이 스위스 기계식 시계 산업 전체를 넘어선 것처럼 전기차로의 전환은 빠르게 진행될 것이다. 하지만 스마트 워치가 아무리 편리하고 건강 관리까지 완벽하게 해줘도 여전히 어떤 사람들은 1940년대 처음 나온 롤렉스 데이트저스트와 1950년대에 탄생한 서브마리너를 최고로 꼽지 않나.

새로운 디바이스가 주는 편리함은 계속 발전하겠지만, 그 반대편에서 내연기관 자동차를 운전하는 취미는 계속 남아 있을 거다. 지금도 취미로 승마를 즐기는 사람들이 있는 것처럼. 그런 면에서 클래식카가 앞으로 더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 일으키고, 폭넓게 각광받을 거라고 생각한다.

BB       투자 대상으로서?

BD       지금 내가 차에 시간과 돈을 투자하는 이유의 절반은 즐거움을 추구하기 위해서지만, 나머지 절반은 내 가설에 베팅하는 일이다. 작년까지는 주식에 투자하면 벌 수 있는 수익 때문에 자동차 취미를 미뤘지만, 이제는 내가 가진 차들을 잘 관리하고 컬렉션을 발전시켜 나가면 3~5년 후에는 그 가치가 굉장히 달라져 있을 거라고 본다.

국내에선 대중적인 자동차 시장의 분류가 딱 두 가지다. 신차와 중고차. 그리고 중고차에서 따지는 건 차종과 연식, 마일리지, 사고 이력 정도인데, 앞으로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클래식카라는 새로운 카테고리가 생길 것이고, 거기 해당되는 잘 관리된 차들은 절대적인 수가 많지 않기 때문에 가치가 올라갈 수밖에 없다.

BB       멋진 이야기다.

YS       해외 사례가 이미 충분히 쌓였고, 무엇보다 내가 996과 986을 경험하며 그 가치와 즐거움을 실제로 느끼고 있으니까.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클래식카의 가치를 알게 될 것이다.

BB       996과 986을 사고나서 복원하거나 바꾼 부분도 있나?

YS       사소한 흠집을 손보고 소모품을 교환한 정도 외에는 없다. 내게 차를 넘긴 996 터보 S 차주분이 해준 말이 인상 깊었다. 이미 완벽한데 뭘 더 바꿔야 하냐는 이야기. 나 역시 최대한 순정 상태에 가까운 차를 구해서 그 상태를 오래 유지해볼 작정이다. 앞으로 나만의 터치를 더할 수도 있겠지만 그게 뭐가 될지는 아직 모르겠다. 


© Photo: Mok Jungwook

BB       그렇게 차를 보러 다니며 만난 컬렉터들에게 영향도 많이 받겠다.

YS       아직은 만나는 차주마다 다 멋져 보이는 단계다. 올드 포르쉐 오너들은 대부분 차를 여러 대 갖고 있고, 수집 경력도 오래 되었으니까. 개인 차고지를 따로 두고 차량 30대 이상 가지고 있는 컬렉터를 만났는데, 차고를 둘러보는 것만으로 눈이 돌아가더라. 최근에 만난 분은 다른 데서 보기 힘든 희귀한 모델 6대 정도를 수동 미션으로만 컬렉션을 구성했다. 국내에서 수동 미션 차 구하기도, 되팔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그렇게 멋진 컬렉션을 완성하는 일이 결코 쉽지 않았을 것이다. 

BB       자신만의 고유한 주제를 갖고 컬렉션을 구성하면 그에 따라 스토리도 자연스럽게 완성되게 마련이다.

YS       일단은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1990년대 말에서 2000년대 중반에 생산된 차들에 집중하는 것이 좋은 테마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중이다. 사고 싶은 차가 생겼을 때 나 자신을 억제할 수도 있고(웃음).

신영성 차주가 인터뷰 후 구매한
Maserati Spyder Cambiocorsa
Insta: @myporsche.seoul



BB       더 경험해보고 싶은 차가 있다면?

YS       올드 비머! 수동 미션 애호가들을 만나면 꼭 BMW 올드카 이야기를 한다. 한번쯤은 경험해봐야 하지 않을까. 데일리로 쓰는 E클래스를 바꿀 시기가 다가오는데, 이왕 세단을 탈 거라면 12기통 벤츠 S600도 타보고 싶다. 유지비가 어마어마하다는 이야기 때문에 아직은 엄두가 안 나지만. 주말마다 차 한두 대 보러 다니는 생활을 당분간 유지해볼 계획이다. 국내 클래식카 시장이 크지 않고, 상태 좋은 차들은 얼마 안 되니 한동안 그렇게 하다 보면 매물의 상당수를 파악할 수 있을 거다. 무엇보다 차주분들과 이야기 나누며 배우는 것이 많으니까.

다이애나 왕세자비가 파파라치를 피해 탔던 그 차량이자
S클래스 역사상 최후의 수동변속기 장착 차량이기도 하다.
© Goodfon

BB       매주 차를 보러 다니면 기분 좋은 경험만 하지는 않을 텐데.

YS       나쁘다기보다는 안타까운 경우가 있다. 스타트업에 투자를 결정하기 전에 대표와 이야기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대표를 보면 그 기업이 보이니까. 클래식카도 마찬가지다. 너무 귀한 차인데, 차주가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차가 망가지는 경우를 보면 너무 안타깝다.

BB       앞서 자동차가 반려동물과 비슷하다는 이야기가 떠오른다. 산책하다 안타까운 강아지와 희한한 보호자를 마주치곤 하니까.

YS       미술품과도 비슷하다. 미술품의 가치를 정하는 데 어떤 컬렉터를 거쳤는지 그 소장 이력도 중요한 역할을 하니까. 자동차는 물론 미술품 역시 한국은 아직 그런 면에서 아쉬운 면이 많다. 소장 이력이 불투명한 것 역시 클래식카가 그간 저평가된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그런데 올해만 50~60대 정도 차를 보러 다니면서 느낀 것 중 하나는 생산한지 15년 이상 된 차는 대부분 초기 이력보다는 최근 3~5년 동안 어떻게 관리되었는지가 핵심이었다. 최근의 소장 이력만이라도 투명하게 기록되고 공개된다면 국내 클래식카 시장이 커지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나도 그런 의미에서 한번 구입한 차는 가능하면 최소 2~3년 이상 관리하며 유지할 계획이다. 물론 투자 대상으로서 차의 가치를 온전히 평가받으려는 생각도 있지만, 내게 즐거움을 준 그 차를 위한 최소한의 배려이기도 하다.

내가 소유했던 차가 나보다 더 나은 컬렉터에게 최상의 상태로 갈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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